책토리가 책장을 넘기고 있어요
책토리가 책장을 넘기고 있어요
교사노조가 전국 초·중·고 교사 1,356명에게 물었더니 96.6%가 최근 5년 사이 학생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답했어요.
가장 부족하다고 꼽은 건 교과서 설명문에서 핵심을 짚는 능력(80.2%)이었습니다.
교과서 한자 병기는 교사 63.5%가 문해력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봤어요.
초등 3학년 수업에서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에요?"라고 물었대요. 한글날을 앞두고 중앙일보가 전한 기사의 첫 장면이에요.
이 질문이 틀렸다고 보지 않습니다. 가로를 '옆으로'라는 뜻으로만 알고 있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거든요. 아이는 자기가 아는 걸로 열심히 추론한 거예요. 가로등의 가로가 '길거리(街路)'라는 걸 알려준 사람이 아직 없었을 뿐이에요.
이 문제를 두고 요즘 한자 병기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문해력특별위원회에서 일부 위원 제안으로 논의 중이에요. 찬성하는 쪽은 '국(國)' 한 글자를 알면 국가, 국민, 애국이 한꺼번에 이해된다고 말해요. 반대하는 쪽은 한자 뜻보다 단어의 짜임을 알고 문맥 속에서 뜻을 짐작하는 힘을 기르는 게 낫다고 봅니다. 교사들은 대신 기초 문해력 집중 지원(63.6%)과 독서 활동(41.3%)이 더 필요하다고 꼽았고요.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양쪽 모두 결국 '단어를 쪼개서 뜻을 짐작해보는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교과서가 바뀌길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길에서 본 단어 하나를 골라 "이건 왜 이렇게 부를까?" 하고 물어보세요. 소화기, 횡단보도, 비상구 같은 것들이요. 아이가 "소화기는 소화 잘되게 하는 거야?" 하고 엉뚱하게 답해도 괜찮아요. 오히려 좋은 출발이에요. 그때 "불 끄는 것도 소화라고 해" 하고 한 조각만 건네주시면 됩니다.
하루 한 단어면 충분해요. 받아쓰기처럼 만들면 아이가 금방 알아챕니다.
아이가 먼저 "이건 왜 이렇게 불러?" 하고 물어오는 날이 오면, 그걸로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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