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토리가 책장을 넘기고 있어요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책과 논문, 대중매체와 인터넷에서 한글에 대한 언술은 차고 넘친다. 익히 듣고 보는 말이지만, 어떤 경우 조금은 불편하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한글이 세상의 모든 문자 중에서 으뜸이라는 자화자찬과 한글의 발명자인 세종의 성인화聖人化가 되레 한글에 대한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이해를 막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한글에 대한 통설과 다른 주장도 있다. 세종이 문자가 없는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정광鄭光 선생의 의견이다. 당시 중국과 달랐던 한자음漢字音을 바로잡기 위해 한자의 발음기호용으로 한글을 만들었고, 세종의 둘째 딸 정의공주貞懿公主가 변음토착變音吐着의 문제1)를 해결하여 일상의 조선어를 표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한글이 비로소 표음문자로 바뀌어 보급되었다는 이 주장2)은 한글과 세종에 대한 통설에 학문적 비판을 제기했다는 점만으로도 일정 부분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이 주장이 엄밀한 증거와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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